여수 웅천 요트장에서 현장실습에 참여한 고등학생이 잠수작업 중 숨진 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에 대한 적법 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여수 故홍정운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8일 홍 군이 숨진 여수 웅천 요트마리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업체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불법적인 사항이 확인되면 그에 따른 적법한 조치를 취해 제2, 제3의 억울한 희생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수시와 노동부는 해양관광레저산업이라는 화려함의 이면에 존재하는 영세사업자의 현황 파악과 안전조치 및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홍 군은은 전공과 연계해서 해양레저업체에 현장실습을 갔으나, 기업현장교사도 없이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잠수작업 지시를 받았고, 안전조치 의무 불이행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며 “예견된 죽음으로 내몰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6일 오전 10시 41분께 여수시 웅천 친수공원 요트정박장에서 해상실습에 참여한 여수 해양과학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홍정운(18) 학생이 잠수작업을 하다 바다에 빠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심정지로 숨졌다.

 여수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사고는 잠수에 능숙하지 않은 홍 군이 정비를 위해 잠수 장비를 벗는 과정에서 납 벨트(웨이트 벨트)를 먼저 풀어야 하는데 자체 부력이 있는 산소통을 먼저 벗는 바람에 납 벨트 무게에 의해 순식간에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여수 故홍정운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8일 홍 군이 숨진 여수 웅천 요트마리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업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홍 군의 죽음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안전하고 체계적인 교육훈련이 가능한 현장실습 참여기업을 책임감 있게 선정하지 않는 이상 현장실습생의 산업재해 사고는 다시 되풀이 될 것”이라면서 “여전히 현장실습생을 ‘저임금 단기 노동력’으로 생각하는 기업과 실습기업에 대한 근로감독을 제대로 하라”고 촉구했다.

 또 교육 당국을 향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참여기업 배제와 현장실습 사업체에 대한 지도 점검을 비롯한 재발방지 대책을 근본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홍 군의 억울한 희생에 대해 유가족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사고 장소인 여수 웅천 요트마리나는 여수시가 해양관광레저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곳으로 해양수산부 국가거점형 마리나 항만 공모사업으로 확정되었고 전라남도가 여수를 동북아 요트산업 중심지로 가꾸기 위해 2016년에 개장했다”며 “해양레저산업은 안전관리가 매우 중요하며,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군의 사고와 관련해 정의당 전남도당도 8일 논평을 내고 “故홍정운 학생의 실습현장에는 현장지도교사도 없었다. 또한 ‘현장실습 프로그램 구성 및 운영 계획서’에는 ‘수중에서의 작업 금지’가 분명히 명시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故홍정운 학생은 잠수 작업지시를 받았고, 안전조치 의무 불이행으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사고에서도 드러났듯 안전을 비용으로 생각해, 법을 위반하거나 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하는 산업재해가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이라며 “누더기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 재개정을 통해 다시는 이런 참담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故홍정운 군의 친구들이 “그 춥고 어두운 곳에서 얼마나 무서웠을지 가슴이 찢어진다... 그 날, 그 시간 같이 있었더라면~ 둘 다 죽더라도 난 소중한 널 구하러 바다에 뛰어들었을거야.. 함께 있어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라는 추모사를 낭독해 주위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김형규 기자